자녀를 동반한 이혼을 결심하는 순간,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삶 전체를 함께 설계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됩니다. 변호사로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, 많은 부모가 감정 정리보다 절차 정리에서 더 큰 혼란을 겪습니다. 그래서 이 시점에서는 “무엇부터 해야 하는가”를 차분히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. 자녀 동반 이혼은 속도가 아니라 순서가 결과를 좌우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.
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확인해야 할 것은 자녀의 현재 생활 환경입니다. 아이가 누구와 주로 생활해 왔는지, 일상적인 돌봄을 누가 담당해 왔는지, 학교나 어린이집, 병원 이용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. 이 단계는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, 향후 양육자 지정과 양육권 판단의 기초 자료가 됩니다. “앞으로 내가 키우고 싶다”는 의사보다 “지금까지 누가 어떻게 돌봐왔는가”가 더 중요하게 평가됩니다.
그 다음으로 점검해야 할 부분은 양육 방식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 가능성입니다. 완전한 합의가 아니더라도, 아이의 주거지, 교육 방향, 건강 관리에 대해 최소한의 공통 인식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. 이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조율이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, 감정 소모를 줄이기 위해 조기에 법률 조력을 받는 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.
양육비에 대한 준비도 이 단계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. 양육비는 이혼 후에 생각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라, 이혼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함께 검토해야 할 핵심 요소입니다. 상대방의 소득 구조, 본인의 경제 상황, 자녀의 연령과 교육 계획을 기준으로 대략적인 수준을 가늠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. 양육비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자녀의 권리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이후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.
면접교섭에 대한 큰 틀의 방향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. 아이가 상대방 부모를 언제,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그림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혼 절차를 진행하면, 이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. 특히 자녀가 어릴수록 갑작스러운 분리와 불규칙한 만남은 정서적 불안을 키울 수 있습니다. 아이의 연령과 성향에 맞는 현실적인 면접교섭 구조를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.
이혼 방식에 대한 선택 역시 자녀 동반 이혼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. 협의이혼이 가능한 상황인지, 조정을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은지, 바로 재판으로 갈 수밖에 없는지에 따라 준비해야 할 자료와 전략이 달라집니다.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이 형식적인 합의보다 실질적인 양육 계획을 중시하기 때문에, 절차 선택 자체가 양육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.
서류 준비에 대한 점검도 빠질 수 없습니다. 가족관계증명서, 혼인관계증명서 같은 기본 서류 외에도, 자녀의 학교 서류, 병원 기록, 돌봄 내역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은 향후 분쟁 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. 많은 부모가 “설마 이걸까지 필요할까”라고 생각하지만, 실제 사건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기록 하나가 양육자 판단의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.
이 과정 전반에서 감정 관리 역시 중요한 체크 포인트입니다. 자녀 앞에서의 언행,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, 아이를 설득하거나 편을 가르게 하는 행동은 모두 향후 절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. 법원은 부모의 갈등보다 아이의 심리적 안정과 성장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.
마지막으로, 이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합니다. 자녀 동반 이혼은 개인의 결단이 아니라, 법과 제도를 통해 아이의 삶을 재정비하는 과정입니다. 변호사의 역할은 싸움을 키우는 데 있지 않고, 아이에게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절차를 정리하는 데 있습니다.
자녀와 함께하는 이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활의 시작입니다. 이 결정을 내린 시점에서 무엇을 체크하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, 아이의 일상과 부모의 역할은 크게 달라집니다. 차분하게 하나씩 점검하며 절차를 밟는 것이, 결국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책임 있는 선택이 됩니다.




